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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

죽음의 끝에서 알게 된 소중한 것, 추억정산 뮤지컬<광화문연가>

오랜 시간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온 대한민국의 광화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만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 여행으로, 누군가에게는 부정부패에 저항하며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거리를 거닐던 기억으로. 수많은 가수들의 리메이크 곡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에는 실제로 ‘광화문’은 등장하지 않지만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보이는 풍경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가사와 거창한 기교가 없어도 느껴지는 감성으로故 이용훈 작곡가의 감성과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겨울을 보내며,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과 꼭 봐야할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봤다.

 

 

 

 

 

누구나 생각해봤을 생애 마지막 1분, 다시 돌아간다면?
이야기는 주인공 중년의 명우의 입장에서 시작한다.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추억의 노래를 작곡하는 작곡가다. 지금은 임종을 눈앞에 두고 응급실에서 마지막 심폐소생중이다. 그의 영혼은 기억의 전시관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미지의 인물 ‘월하’를 만난다. 월하의 안내로 젊은 시절로 돌아가 첫사랑 수아를 만나는 젊은 명우. 사랑이 깊어가는 겨울, 광화문에서 시위가 벌어진다. 백골단에 의해 연행되는 수아와 공포에 질려 이렇다 할 저항한번 하지 못한 명우. 이후 자책감에 시달려 명우는 군에 입대하게 되고 수아는 운동권에 투신한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인연은 더 깊어지지 못한 채 그리움은 깊어간다.  월하의 안내로 명우는 환상과 기억, 현실이 교차하는 미묘한 상황에서 자신의 상처와 마주 한다. 짧았던 1분, 과연 명우에게 남은 것은?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봐야 할 3가지 이유
① 그 시절 우리의 노래들, 작곡가 故이용훈의 감성
 명곡은 이 용훈 작곡가는 3집으로 사상 최대 음반 판매기록을 기록했고, 87년 4집에는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등으로 골든 디스크 대상과 그해 작곡가 상을 수상할 정도로 정상을 휩쓸었다. 그 해의 평가를 보면 ‘그 때까지 라디오를 점령했던 팝송 프로그램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가요 프로그램들이 대거 편성되는 혁명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자신의 히트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대본을 써가며 구체화했다. 그러나 히트곡 제조기 그에게 남은 것은 대장암 진단이었다. 2008년, 그토록 원하던 뮤지컬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2월 14일 새벽 49세의 젊은 나이로 별이 됐다.‘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붉은 노을’,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광화문 연가’까지.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매력을 꼽으라고 한다면 세대를 아우른 넘버구성이다. 고개를 갸우뚱 해도 들어보면 ‘아 이 노래!’라며 박수를 칠 것이다. 놀랍게도 이 노래들은 모두 故 이용훈 작곡가의 노래들이다. 이 외에도 ‘옛사랑’, ‘애수’, ‘내 오랜 그녀’ 등 9곡이 더 있다. 이 용훈 작곡가의 노래만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흘러간 예전의 인기음악으로 무대용 콘텐츠로 재 가공한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한다. 극 중에서 중년 명우는 중년의 수아를 보며 ‘옛 사랑’을 부르고, 명우가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 ‘월하’는 수많은 인연을 주선하며 인연의 시작과 끝을 맺는 음악으로 ‘그녀의 웃음소리 뿐’을 부른다. 젊은 수아는 실제로 명우와의 관계보다는 현실인식에 대한 고뇌로 생각이 많은 소녀를 나타내기 위해 ‘소녀’를 부르고, 중년층의 수아는 중년이 된 명우를 기억하며 옛 추억들을 떠올리며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부른다.  기성세대들에게는 가슴 칠만큼 괴로운 그 시절을 보내고 난 아름다움을, 젊은 층에게는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선물한다.

 



② 믿고 보는 제작진 ! 검증된 배우들 !
 뜨끈뜨끈한 음악은 준비되었고, 이제 맛있게 요리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작년 ‘조씨고아’와 뮤지컬 ‘아리랑’의 연출을 맡은 고선웅 작가와 뮤지컬 ‘록키호러쇼’, ‘그리스’, ‘헤드윅’, ‘미녀는 괴로워’등 귀에 익숙한 공연을 만들어낸 이지나 연출만으로 맛은 이미 끝났다.  그 뿐 아니다. 기본 재료가 되어줄 배우들도 만만치 않다. 임종을 눈앞에 둔 중년명우 역할은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열연한 배우 안재욱과 지난해 초연 라이센스작 아이언마스크에서 “달타냥‘’역으로 열연한 이건명 배우와 그리고 섬세한 연기의 대명사 강필석이 맡았다. 중년 명우를 시간여행으로 이끄는 '월하’는 특이하다. 성별이 모호하다. 명우와 함께 1984년으로 돌아가 명우의 인생을 보며 그 시절을 능청스럽다가도 진지한 태도로 전해준다. 성별이 모호하다 남녀 혼성 캐스팅이다. 그런만큼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다. 배우 구원영과 김호영 이석훈이 맡았다. ‘수아바라기’ 젊은 명우는 보컬그룹 브로맨스의 멤버 이찬동과 정욱진이 맡았다. 수아는 학생운동을 위해 곁에있는 ‘명우’와의 헤어짐을 감당하는 당차고 솔직한 여성이다. 걸그룹 피에스타의 메인보컬 린지와, 떠오르는 신예 이봄소리가 맡았다. 고 선웅 작가는 “그리울 때가 좋다. 막상 가져봐야 싫증도 금새 난다”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무리 봐도 지금 내 옆 사람 이다” 어제 만난 사람은 언제 또 만날지 모르고 내일 만난 사람은 그 때 가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는 이에 대해 “명우의 마지막 여정이 결국 자신의 음악 속에서 귀결되는 만큼, 이를 중점에 두고 다듬어 나갔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③ 화려한 무대, 시선을 사로잡는 퍼포먼스,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무대 곳곳에 격동의 8~90년대를 어떤 드라마와 영화보다도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흔적이 보였다. 광화문 연가의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흰색의 계단’이 부산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빼어난 가창력으로 부르는 광화문 연가의 믿고 보는 앙상블씬과 흑백대비로 지루할틈 없는 조명은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풍성한 볼거리다. 특히나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나드는 떼창의 커튼콜은 ‘붉은 노을’ 콘서트 수준으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과거, 미래,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한 사람의 인연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보다 귀하고 사랑놀이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 월하 -

 

중국에는 사람의 인연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한다. 달빛 아래서 붉은 실로 인연을 점지한다고 하여 ‘월하’노인이라 부른다. 당신의 생애 마지막 1분이 남았을 때, 이 ‘월하노인’ 나타난다면 당신은 어떤 인연을 떠올릴 것인가? 당신을 스쳐가고, 당신에게서 잊혀진 수많은 인연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갈 때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