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고요하고 한적한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하늘을 가득 뒤덮고
고개를 들면 한가운데 선명한 달하나가 둥실 떠있다. 그아래 넝쿨이 집 밖을 둘러싸고 환한 빛이 비치는 일본식 2층집이 있고 그 집으로 문을 끼익 열고 들어가면 쾌쾌묵은 냄새와 오래된 골동품들이 낡은선반위에 가득 나열되어있다. 안경을 쓰고 신문을 보고 있다 손님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칠 것 같다. NAMIYA라고 적힌 간판도 있다. 내가 소개할 책의 표지다. 도서정가제가 막 시행 되려하고 손에서 핸드폰을 좀 떼놓아 볼 겸 서점에 들렀다가 마치 추억과 환상에 젖어 과거로 돌아갈 것 같은 신비스러운 한 책의 표지를 보게 되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께가 있는 책이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적힌 작가의 이름을 보고 구매를 확신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청년 좀 도둑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을 알게되다.
인생 막판에 몰린 세명의 청년백수들 쇼타, 아쓰야, 고헤이가 빈집을 털러 갔다가 변변한 물건을 건지지 못한 채 도망쳐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차가 고장나 어두운 밤길을 달려 오래 전에 폐업한듯한 낡은가게 ‘나미야 잡화점’으로 급하게 피신하게 된다. 숨을 고르며 혹시나 들킬새라 주변을 살펴보며 어두운 방에서 쓸만한 것을 찾던 아쓰야의 등뒤로 작은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문 셔터 바로 앞에있는 종이상자속으로 누군가 편지봉투를 넣고 간 것이다. 이 집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게된 아쓰야는 온 몸에 전율을 느꼈지만, 밖은 껌껌하고 조용했다. 한참 뒤 아쓰야가 그 빳빳한 새 편지봉투를 들고 나머지두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져왔고, 이상하다는 나머지 두친구와 달리 그 긴장되는 마음으로 편지봉투를 뜯어본다. 그리고 공포와 협박이 담겨있어야 할 그 편지를 보고 의아해 한다. 조언을 구하는 상담편지였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으면 안다는 유명한 운동선수라고 소개한 달토끼는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운동에 매진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 올림픽을 끝내고 결혼을 하기로 약속되어있는데 그 사람이 그만 병에 걸렸다. 그래서 올림픽을 나가야할지 말아야하지 모르겠다는 상담의 편지였다. 왜 이런 상담을 아무도 없는 이 잡화점에 보낸 것인지 세사람은 의아했지만,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의 간절한 상담에 답장을 해주게 되고 처음 편지를 받았던 그 종이 상자에 편지를 다시 넣는다. 그리고 신기한 일은 그 다음 벌어진다. 편지를 읽을 달토끼를 상상하며 기뻐하고 있는데, 잠시후 또 다른 편지가 종이상자로 떨어진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고, 인기척 하나 없었는데 편지의 내용은 ‘어젯밤 나미야 잡화점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걱정을 많이했습니다. 고민에 답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시작하는 달토끼가 보낸 답장편지였기 때문이다. 이집에 온지는 1시간이 안되었는데, 마치 오늘아침에 답장을 썼다는 말투의 편지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세사람은 누군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편지의 내용은 진지했다. 두 번째 편지의 답장을 다시 우편함에 넣고 이 이상함에 합당한 이유를 찾아보고자 하던 찰나 세 번째 편지가 도착한다. 마치 어젯밤에 보낸 편지처럼. 그제서야 자신들이 과거의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미야 잡화점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소이자 비범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이야기는 총 다섯 구성으로 되어있다. 방금 말했던 이야기는 1부는 ‘답장은 우유상자에’라는 에피소드다.물건을 훔치러 온 청년 도둑이 빈집 나미야 잡화점으로 피신하게 되고 나미야 잡화점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편지에 답장을 해주면서 나미야 잡화점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는 것이다. 나머지 네 개의 에피소드는 저마다 살아가는 시대와 처한 환경이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고민에 대한 답을 듣고자 한다. 2부 ‘한밤중의 하모니카’는 생선가게를 물려받길 원하는 아버지와 음악을 하고 싶은 가쓰야로의 고민, 3부는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는 처자식이 있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되어 낳을지 말지를 고민하게 되는 여자 유지의 고민 4부 ‘묵도는 비틀스로’는 비틀즈 음악에 빠져있는 부잣집의 아들 고스케가 집안이 망하고 비틀즈의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그리고 마지막 5부 ‘하늘위에서 기도를’은 이집에 들어온 좀도둑 청년 백수 ‘아쓰야’ ‘고헤이 ’쇼타‘의 고민을 얘기하고 있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이야기 형식이지만 삶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힘에 버거울 때 “스스로를 정직하게보고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라”라는 말로 위로를 주며 하나의 길을 향해 달렸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없이 세월만 흘러갈 때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라”라고 조언을 한다. 누구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도 “인연의 끈은 쉽게 끊기는 것이아니다. 예전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기적이다”라고 말하고, 앞만보며 성실하게 매달려 성공을 거머줘도 “주위를 둘러보라”라고 말한다. 모두 우리 삶의 이야기 였다. 한면만 볼수 없는 이야기 였다. 내가 지금 이루고자 하는 꿈이 맞다고 확신을 해도 언젠가는 내가 확신한답이 아니라는 순간이 올것이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갈수있다라는 말을 해주는 것같았다.
기적과 감동을 추리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로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 이지만 이번 소설은 살인적이거나 공포와 같은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다행이다 하고 마음을 놓으며 그 과정에서 섬세하고 불안한 감정을 추리하는 재미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성인 듯 하다. 처량한 빈집 털이 세 캐릭터의 설정도 재미있었다.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은 지식이나 경험이 많고 분별력있는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 투성이로 설정한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라고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이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으며 그 사람을 생각하며 진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 까 같이 고민해 보던 시간이었고 의외로 세사람이 어떤 답변을 낼지도 추측할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5개의 에피소드의 모든 인연이 결말에서 이어진다는 것은 비밀이다.
나미야 : 상담,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할 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었다.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책을 읽고 어느 한 후기가 참 맘에 들어서 가져왔다. ‘우리는 살아갈 때 많은 고민에 휩싸여 살아갑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와중에 남에게 의존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각자 힘든 순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담고 나미야 잡화점의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사실 고민을 상담해 주는 사람은 누구여도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답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저 그 말이 맞다고 그렇게 하라는 응원이 듣고 싶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답이 아니 여도 결국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니까요“ 세상에 의미 없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마음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도로 작가는 쓴 것 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고민이 많을 때, 어디론가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갑갑하고 딱딱한 세상이 아직도 세상이 부드럽구나 라는 것을 믿고 싶을 때 그때 읽으면 참 좋을 듯하다.
그림출처 : Copyright 리까망 ⓒ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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